조회 : 1,286

우울한 결혼기념일


BY 우울녀 2006-09-17

오늘이 결혼한지 16년째 되는 날이다.

별난 시부모님 모시고 살다가 생일이다 기념일이다

변변히 챙기지 못하고 살아와서, 결혼 기념일이라도

번번히 잊고 지나갔다.

작년 분가와 더불어 부모님 눈치보면서 챙기지 못했던

결혼기념일이란 것도 챙겨보고 내 생일날 애들 데리고

외식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나에겐 이런 작고 소박한 생각도 분수에 넘치는 호사였나 보다.

며칠전 남편이 회사 동료들과 회식이 있다고 해서 적당히 마시고

일찍일찍 들어오라는 잔소리를 했다고 아예 전화도 꺼버리고

다음날 새벽 세시경에 들어와서 술맛 떨어지게

잔소리를 해댄다면서 새벽에 들어와 말도 안되는 억지소리를 하면서

성질있는대로 피웠다.

늘상 그랬지만 술자리 한번 참석하면 기본이 다음날 새벽시간에

귀가를 한다.

그 버릇 나이들면서 사그러들었나 싶었는데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저런 약속을 잡아서 늦은 귀가에

술취한 모습으로 들어오니 어느 마누라가 그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겠는가?

당연히 안좋은 소리 나가고 인상 쓰고 좋은 감정 안드는데...

이렇게 먹어 버린 술값만으로 집 한채 사고도 남았을텐데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니 결혼 16년이란 세월이

한스럽기만 하다.

어제 오후 시간에는 직장 상사 병문안 간다더니 날이 바뀌어도

들어오질 않아 전화를 했더니 아예 전화기를 꺼 놓았다.

벼룩도 낯짝은 있었는지 외박했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는지

오늘 새벽 5시 경에 들어와 너무나 당당하게

내가 이유 없는 짜증을 부려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늦게 들어왔다고 하면서 나보고 못된 성질좀 죽이란다.

남편의 더러운 성질은 집안에서도 인정하는데 오히려

미련스러울 만치 순한 나보고 더러운 성질 죽이란다.

기가 막혀 대꾸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란 것도 알면서 눈만 조금 부치고

아침 일찍 나가서 하루종일 종무 소식이다.

결혼 16년 동안 무슨 무슨날이라 해서 받아본 선물도 없어

기대도 않했지만 이렇게 우울하고 머리가 멍해지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럴려고 결혼했나 싶은 생각에 한없이 비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