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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BY 누나 2007-08-21

저에겐 소중한 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제가 고 3때 동생이 많이 아팠거든요. 죽을고비 여러번 넘겼습니다.

변성기에 너무 악을 써서 그 꾀꼬리 같이 곱던 목소리도 괄괄해지고.

그때 악쓰지 않으려고 이를 너무 악물어서 턱관절도 좀 안좋고... 턱에서 딱딱 소리가 나네요

하여간 그 동생이 아프던 그 시절을 기점으로 참 많은게 변해있더군요.

 

두뇌명석하고, 행동도 재고, 노래도 잘불러 대회도 나가고, 이런저런 재주가 많았던 동생은.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을 했습니다. 학교 출석일수가 실질적으로 1/3도 안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제대로 못보기 일쑤였던 아이가. 고등학교 입할할때 전교 1등으로 입학을 할정도로 똑똑한 아이였죠.

 

하지만 수능은... 체력이 안되더라구요. 그시간까지 앉아있지를 못해서 결국 양호실에서 대충 찍고 나왔답니다. 어릴땐 나보다 잘난 저자식 어디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동생이 아프고나니 그자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몸이 아픈거 말고는 정말 괜찮은 아이인데... 집안도 괜찮고. 부모님 노후같은거 걱정 안해도 되고. 동생이 군대가 면제라 일찍 사회에 나왔는데, 20대 중반 나이에 한달 천만원도 넘게 벌고. 헛바람 안들고. 착하고. 키크고.... 좀 골골하긴 하지만 ㅜㅜ 책임감 강하고. 단점이라면... 게으르다는거?? 아프기 전까지는 좋다고 집앞에서 기다리는 여학생들도 많았는데...

 

얼마전 동생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불쑥. 누나 결혼할 마음이 없는데, 자꾸 만나고 그러면 내가 나쁜거야? 그러데요? 그래서 만나다가 결혼을 할 인연이 아니어서 헤어지게 되는 수는 있지만, 만날때부터 나 쟤랑 결혼은 안해. 쟤는 내 결혼상대는 아니지 라고 생각하면서 너의 외로움을 달래고저 만나는 그러는건 나쁜거 아니야? 했습니다.

동생왈. 예전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는데, 동생을 여러번 배신하고 다른남자에게 갔답니다. 그러다가 또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그친구 왈. "너랑 외로울때 만나는건 좋은데, 너랑 결혼할건 아니니까. 지금 이상태가 좋아" 라고 했다고...

 

참 가슴이 정말... 찢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친구는 제 동생이 아팠다는거. 그래서 최소한 십년간은 약을 더 먹으면서 살아야 한다는걸 안답니다. 문제는 그랬던 여자친구가 요즘 동생이 아빠가 전공 살려 뭘 두개 차려주시고... 여기저기서 스카웃제의도 들어오고... 잘나가니 계속 연락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또 결혼할건 아니니까 이상태로 그냥 계속 만나자고.

 

"너무 화가나서 이런 병신같은 자식. 그래서 xx이 호구노릇 하고 있는거야? 지금?? "

"걔 그렇게 잘났니? 니가 몸이 약하기는 하지만, 나머진 꿇릴거 없잖아. 야 너도 됐다그래. 너 걔랑 결혼하면 안그래도 우리 집안에서 걔네 집안 먹여살려야 하는 상황인데, 치우라그래라."

"근데 누나... 나 너무 외로워. 일은 바쁘고, 따로 여자 만날 시간도 없는데, 걔가 만나자 그러면 싫지는 않고 하니까 그냥 만나거든. 나 나쁜거야?"

라고 하는데 참... 가슴이 너무 아프더군요.

 

너무 일찍 고통을 겪어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동생.

그때 그 이년만 도려내면... 뭐하나 나무랄데가 없는데... 정말 뭐하나 흠잡을데가 없는데...

성질 고약한 누나한테 어릴때 맨날 맞고 살다가. 키도 더 커지고, 힘도 더 세져 내가 때리는거 저지하면 "너 힘으로 누나 이겨 먹겠다 이거야?" 이소리에 힘없이 손에 힘을 풀던 동생.

그땐 왜그렇게 동생이 미웠을까... 뭐가 그렇게 질투가 났을까... 왜이렇게 나는 끝까지 동생만도 못할까...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서. 건강하고 병력이 없었던 사람이 좋죠.

뇌수막염걸려 사지를 넘나들다가 뇌수술 후 약먹는 남자... 저라도 걱정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게 가족력도 아니고, 유전이 되는 것도 아니며, 현재는 건강하다 할지라도...

그 여자애는 왜 내 동생을 놓지 않을까...

그냥 가버리지... 왜... 왜... 우리 가족에겐 가슴아픈 그아이를...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할까

휴... 답답한 마음에 끄적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