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눈 다친 후로 남편의 얼굴을 보며 죽 생각했었습니다.
이혼하고 애 둘 데리고 미국언니네로 날라가서 새출발을 해야겠다...라고..
남편이 보기에도 그 일 후로 제가 멀쩡해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한번만 더 내 인생의 기회를 주자는 생각에서 남편에게 부부상담을 받자고 하니까..
응했으니까요...
부부상담 두번째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몰랐는데...자기 자신이 참 독하고 비열한 놈이었다고...
미안하다고...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의아하지만....
자신이 그동안 내게 했던 언어적 폭력이라든가...고부간의 갈등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내 친정 부모님에게도 잘하지 못했던거...큰아이에게도 못된 아빠였다는거를 제가 보기엔
본인 스스로가 첨으로 진실하게 그 문제점들을 마주보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저 역시도 굳게 닫혔던 마음이 조금 풀어지느걸 느꼈구요..
저녁에 술 마시면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애들 데리고 도망갈 생각이었다고..
계속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도 않고...이런걸 참아낼 여유도 이젠 없다고...
같이 부부상담 하기로 결정해줘서 고맙다구요..
지금은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힘을 내서 남편이 원하는 것들에 대해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중이구요...
근데...
시아버님이 뇌종양 악성이라고 하시네요...
별로 정은 없습니다. 결혼 전에 선물 사들고 간 제 눈에서 눈물이 쏙 나오게 하셨던
분이니까요..
다만..며느리된 도리로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그것까지가 제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것도 맘속으로 딱 이천만원만 보태드리자...하고
상한선을 그어버렸구요....
그분들 보면 가슴이 아파서 멀 못하겠다거나 불쌍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제가 못됐죠....
근데...제 생각은 딱 하나입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되든 우선 내가 살고봐야 한다는 거요...
병원에 다니시는 대신 성령으로 치료하기 위해서 치료해주는 기도원을 쫓아다니고 계시는
시부모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그분들 인생이니 전 참견 안할랍니다.
애들 고모부가 기독교가 아니라서 그 결정 듣더니 팔팔 뛰었나 봅니다.
우리 부부가 있는 자리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안믿는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당신들은 그 치료사의 능력을 믿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기도원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기도하면 낫는다고 그 사람들이 그랬다고...
남편은 저를 보며 자기처럼 아파하지 않고 그분들 일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남편과 그집 식구들은 제가 힘들 때 위로해주기는 커녕 더 뜯어먹지 못해서
안달하고 상처에 소금뿌려낸 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엔 여전히 찬바람만 쌩쌩붑니다.
오늘도 저는 되뇌입니다.
인생은 어찌될지 모르니 아이들과 내 앞길을 위해 열심히 자격증을 준비하자....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다...
다른 사람들한테 휘둘리지 말자...
죄책감도 갖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