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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교육자가 고함


BY 도라지꽃 2010-02-09

 

 

 *밥줄이여, 영원하라.^^

 

 사교육을 없애자고 서명 운동까지 하고 있으니 조만간 나와 우리낭군은 실직자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사교육을 없애는 묘안이 겨우 학원을 철폐시키고 우리 아이 학원 안 보내기 운동... 등으로 이루어질 일이라면 저, 야만의 시대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사교육은 모조리 말라비틀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 무자비한 권력의 날뜀 속에서도 알음알음으로 오히려 고액과외시장은 그 세를 끊임없이 확장해 갔고 그 뿌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이 바로 지독한 수요자들의 극성에 의한 필연적 공급자 확장세가 아니었던가.

모든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 곧 옳은 길로 되돌아가게 되어있다는 얘기일 터. 수요가 없으면 공급은 자연도태되게 마련이다. 불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학원이란 것이 마치 독버섯처럼 자생하여 선량한 사람들의 삶을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사탄과 같은 존재로 군림해온 것처럼 학원만 때려잡으면 사교육이란 공룡이 멸종하리라고, 아주 원대한 포부를 안고 거친 바람 몰아가며 큰 소리 땅땅 치는 ‘선량한(혹은 우매한)’ 사람들도 꽤 있는데, 콘크리트에 삽질하는 소리 그만 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사시미 칼자루 잡고 옆눈질 하는 공교육자들의 칼날 붙잡고 내 새끼 달려있는 그 칼날의 위세에 눌려, 교육 수요자로서 알차고 제대로 된 교육 받고 싶다고 그님들에게 대놓고 말할 용기는 없고 당신들의 부러지고 뭉툭한 칼날 부여잡고 어쨌거나 고객님들께 허리 굽실대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초과수업과 고객의 엄포에 가까운 요청(?)에 의한 무보수 강제보강에 시달리며 그래도 고맙다 소리 들어볼 새 없이 고객님 심기 불편하실까 전전긍긍하며 오늘도 목구멍에 피가 올라오도록 삼층석탑들 깨우치느라 지쳐버린 사교육자, 여기 하나 있다.

베테랑 참된 사교육자들은 나를 포함, 적어도 부끄러운 월급을 받아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자기가 자기를 향해 베테랑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그렇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다. 고객의 코 묻은 돈을 내 주머니에 넣기 위해서 프로답게 일하고 프로답게 되돌려 주는 정직한 노동자들이다. 우리의 노동엔 언제나 땀내 묻어나는 ‘덤’이 있음을 고객들 중에도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신다.

사교육... 안 하면 된다. 나부터. 당신들 자녀부터 학원 보내지 말고 과외도 다 끊어라. 수요가 없는 사교육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니 그렇게 핏대 높여 학원을 매도하지 말라. 이 나라 공교육이 강건했다면 이토록 사교육으로 인한 삶의 폐단도 훨씬 그 규모가 작았을 것이다. 부실한 공교육을 대신하여 엄연히 이 나라 지식산업에 이바지하고 자녀들의 교육에도 분명히 이바지한 사교육을 함부로 매도하지 말아달라.

사교육자들은, 학원은 사기꾼이 아니다. 분명히 교육자들이고 엄연히 교육의 장이다.

공교육부터 제대로 세우라고 핏대 높이고 공교육을 믿는다면, 사교육에 너도나도 매달리지 말라. 그러면 사교육은 저절로 자멸한다. 그리고 나같은 사교육자들 밥줄도 저절로 끊어지겠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이라면 그 일로 연명할 이유도 없는 것이니, 사교육이 자연도태되어 밥줄이 끊어진다면 기꺼이 그 밥줄 던져버릴 각오도 되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심술궂은 가위질로 내 밥줄이 끊긴다면 그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 될 것이다.

이 나라 사교육 시장은 그 어떤 생업의 현장보다 치열하고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절대 다수가 간절히 원하는 일은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니 너무 그렇게 안달재신으로 돌아치지 말라. 그러는 님들의 가슴 속엔 누구든지 다 알아챌 수 있는 ‘불안감’이 훤히 비춰보인다. 나만 하면 손해볼 거 같으니까, 다른 누군가는 내가 포기할 때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 되면 나만 낙동강 오리알 될 것이니까...

사교육... 없어도 되는 것인데 괜히 생겨나서 가정의 살림을 파탄내는 주범이 되었나?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이 나라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단단히 해낸다고 했을 때조차도 과연 사교육이란 영역이 그렇게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겠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문제는 깊게는 ‘인간의 본성’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의 본성이 로봇화 된다면 어쩌면 가능할 일일런지도.

아, 오늘도 나는 5분 테스트 페이퍼나 만들고 자야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