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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흔한 말이지만


BY 지나다가 2010-02-19

너무나 흔한 말이지만,마음의 고통은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맞는거 같다.내가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부정하고 도망가려고 한다는 것.내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을 바란다는 것,그것으로부터 마음의 고통은 시작됨을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절절히 느낀다.

난 친정이 멀어서 자주 가지는 못한다.하지만,친정가서 엄마가 친정 아버지를 대하는걸 보면 느낀다.욕심이 마음의 고통을 더하는구나 하고.

자랄 때 부모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신 친정 아버지는 엄마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신다.엄마는 친정아버지가 아버지처럼 푸근하게 품어주시기를 바란다.어려서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남편에게 바라게 되는 감정이라 생각한다.그리고 학생때는 잘 자라주던 아들이 성인이 되어서 사고치고 이혼하고 집에 얹혀살고,게다가 아들을 그렇게 키워냈다는 죄책감까지 무게가 더해져 누군가 의지하고픈 맘도 있어서일거다.

엄마도 친정아버지가 그렇지 못한 성격이란걸 안다.그런데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에 자꾸 화가 나는거 같다.

친정엘 갔는데,친정 아버지가 엄마를 도와주신다고 설겆이를 자청하셨다.아무래도 친정 아버지는 서툴다.그런데 엄마는 그걸 못 받아들이는거다.외삼촌들은 설겆이 깔끔하게 해놓으시고 행주까지 빨아놓으신다고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고 괜히 해주기 싫으면서 생색만 내려고 한다고 핀잔을 주신다.

내 입장에선 남편이 도와주려고만 해도 아니 집안일 외에 다른 문제들을 만들지만 않아도 고마울거 같았다.친정아버지처럼 자신의 일에만이라도 충실해도 좋을거 같았다.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나 역시 친정 아버지와 남편을 비교하고 있지 않은가.욕심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결혼 이후 나름 힘들게 살아왔다.평범하지 않은 성격에 일만 만드는 남편과 매운 시집살이를 보여준 시댁과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자식까지...

나는 아직까지도 이것들을 내것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질 않다.받아들이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게 맞는데 그게 쉽지 않다.지금보다는 조금은 마음이 편했던 결혼 전과,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멀리 사는 엄마와 전화통화를 자주 하면,엄마는 내 문제에 대해선 의외로 명쾌하다.긍정적으로 보라고.너는 왜 매사가 부정적이냐고 걱정을 사서 한다고.

내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객관적이고 명쾌할 수 있는거다.내가 엄마와 친정 아버지 사이를 보면서 그리 느끼듯이.

빨리 나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때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그래야 내가 지금의 현실을 좀 더 빨리 극복해나갈거 같다.

하지만,때론 예전의 그 행복함마져 잊는다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느껴진다.

아무래도 지금의 나를 깨야할 때가 온거 같다.그렇지만 가보지 않은 미래가 두렵다.

막연하게 아무 근거도 없이 잘될거야 라고도 생각해본다.하지만 그 역시 회피임을 느낀다.

나는 이제 겨우 욕심이 마음의 고통의 근원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어떻게 하면 그 욕심을 버릴 수 있는지는 앞으로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