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보화, 남성의 30%에 불과
아줌마가 나서면 인터넷 세상이 바뀐다
1999년 말 현재 인터넷 이용인구 1천만명, 99년 한해동안 60만 가구가 초고속 통신망에 가입. 정보통신부, 전국 20여개의 여성의 집과 여성단체에 정보화교육 기자재 지원. 초중고등학교 여학생을 위해 전국 5개의 정보화교육장 지원. 전국 800여개 학원을 주부 인터넷 교실로 지정해 주부 100만 인터넷 교육. 3월 현재 전국에서 7만여명의 주부 교육중. 여자대학에 창업지원센터 운영…. 여성의 세기라는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장미빛 여성정보화시대가 펼쳐지는 듯하다.
인터넷 사용 주부, 전체의 2/100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썩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가정의 컴퓨터 보급률이 52%에 달하지만 여성들의 정보화는 아직 먼 나라 얘기다.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지난 99년 조사한 〈국민생활 정보화실태 및 정보화인식〉에 따르면 남성들의 46.4%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여성은 전체의 29.2%에 불과하다. 더욱이 주부는 여성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9%만이 컴퓨터를 사용한다.
또 남성들의 41.9%가 컴퓨터 교육을 받은 데 비해, 여성은 36.2%만이 교육을 받았다. 주부로 한정하면 19.1%로 줄어든다. 정보화시대의 첨병이라는 인터넷 이용인구는 더욱 적다. 전체 남성의 1/5 이상(21.6%)이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반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여성은 열명 중 한명꼴도 안된다(8.7%). 주부는 100명 중 두명도 채 안된다(1.8%).
pc통신의 주부모임에서 활동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한 김 모(35·경기도 고양시)씨도 주부 인터넷에는 아직 손을 못대고 있다. 언젠가는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단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진선(30)씨 역시 “컴퓨터를 꼭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엄두를 못내겠다”고 털어놓았다.
여성 위한 컨텐츠 개발이 과제
“여성정보화란 우리들의 활동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촉진하는 기회다.”
21세기여성정보화포럼 이영아 대표의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여성의 세기, 정보의 시대를 맞을까. 지난 28일 숙명여대 행정관에서 여성정보화포럼과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센터(센터장 김교정)는 머리를 맞대고 그 해답찾기에 골몰했다. 한양대학교 심영희 교수, 한국여성개발원 백영주 정보협력부장 등은 〈여성정보화 지식기반 전략:저변화 전문화 세계화〉를 주제로 여성 특히, 주부인력을 정보화 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의 여성 정보화 수준은 저변확대를 위한 시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과 주부들이 인터넷이나 정보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흥미유발만 된다면 보다 전문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여성정보화가 가능하리라는 얘기다.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센터 박화진 교수는 “세계 각국과의 정보공유, 즉 세계 각국의 여성정보를 더 많이 접하고 우리 여성정보를 세계에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세계화의 지름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정보기술을 통하여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전문인 양성과 여성단체 정보화 컨텐츠의 세계적 공유를 필요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덧붙여 여성개발원 백영주 부장은 여성정보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정보화 기반조성, 여성정보화 전담관 등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기관, 그리고 언어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다국어 정보검색시스템 개발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삶과 밀접한 아줌마들의 정보화
정보화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는 지금, 여성과 주부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100여개가 넘는 여성전용 쇼핑몰과 여성포탈사이트 등 여성만을 위한 정보제공이 밀려들고 있다. 또 30대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들도 개인 홈페이지나 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여성정보화의 기반을 닦고 있다. 육아부터 시작해 지역 정보와 취미를 공유, 다양한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등 여성에게 적합한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셈이다.
“아줌마들이 가상공간에서 형성하는 모임은 아이의 교육 가정살림 등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 결속력과 애착은 어떤 집단보다 강하고 따뜻할 것이다.”
아줌마에서 전격, 주부사이트 아줌마닷컴(http://www.azoomma.com)의 운영자로 변신한 황인영(33)씨는 그것이 주부들이 정보화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힘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주장이 단순한 큰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아줌마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이제 아줌마가 인터넷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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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프로그램 개발 자격 논란
성교육 전문가인가 학위 소유자인가
교육부, “최상의 제안서 채택한다” … ‘형식적 조건’ 없애야
학위가 우선인가, 실무경험이 우선인가. 〈성교육 지도지침 및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 공모사업이 물의를 빚고 있다. 교육부 여성담당관실이 지난달 말 공모한 이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여성단체들이 장관 면담까지 요청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계에서 발끈하고 나선 부분은 학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규정한 연구책임자 자격조건. 교육부에서 연구를 총괄 지휘하는 책임연구원을 대학 교수 등 박사급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학 소속 교원이나 교육·학술연구기관 소속 박사급 연구원, 대학의 교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시간강사 및 박사학위가 있는 자로 대학에서 연수 중인 자, 각급 학교의 교원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그 대상이다. 연구비 역시 연구책임자의 소속 기관장이 관리·집행하도록 돼있다.
여성계에서는 오랜 실무경험보다 박사학위를 우선시한 데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특별법〉을 만들어내고,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명시하는 등 힘겹게 관련분야를 개척한 주역은 다름아닌 시민단체이기 때문이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교수들이 프로젝트를 따내도 결국 단체에 와서 자료를 가져간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단체에서는 오랜 기간동안의 실무경험을 ‘박사급’의 연구결과물로 내주어야 하는 셈이다.
타 부서의 경우 연구 프로젝트 공모시 단체의 이름으로 책임연구원을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한 여성단체는 최근, 외부의 박사급 연구원을 책임연구원으로 선정해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연구과제를 따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서는 “학술연구의 경우 교과서나 다름없기 때문에 (실적으로 검증된) 믿을 만한 연구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단체 구성원도 단체소속이 아닌 자연인으로 공동연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제한은 없는 셈”이란다.
교육부는 ‘어느 기관의 누구’라는 조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제안서’를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형식적인 조건은 없어져야하지 않을까.
●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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