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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국에 질질 끌려만 가는 이유.


BY 송림공원 2002-03-03

민영화는 만병통치약....
공기업은 비효율, 무능력, 악의 화신이구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주 단순한 논리입니다.
왜??? 여기에서 왜는 없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바보로 만들며 끝없이 떠드는 선전입니다.

한국경제는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을 거치며 높은 성장을 했습니다.
그 원동력은 간단했습니다. 부존자원과 자본이 없던 한국은
저임금과 외국에서 꿔온 자본을 이용하여 생산부분에 대한 끝없는
투자를 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공산권의 팽창이 두려워
우리와 같은 작은 졸개 우방을 지원했지요. 공산화를 막기 위해
돈을 싸게 빌려주고 생산된 물건을 마구 사 주었습니다.
덕분에 부지런한 우리 국민성을 담보로 고도 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덜컥 소련이 망했습니다. 공산권이 무너졌습니다. 1990년대
이 후 더 이상 세계에서는 동서 냉전과 이념의 싸움이 사라졌습니다.
공산주의 말려죽이기를 지속해 온 자본주의의 승리였습니다. 자본가들은
환희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자본주의는 끝없는 생산증대와 소비증가를 바탕으로 끝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이 멈추면 무너집니다. 대규모 전쟁이 없고 때려죽여야
하는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자본주의는 승리한 듯 했지만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무기경쟁도 시들해지고 냉전을 핑계로 돈을 쏟아붓던
무기산업 부분에서 더 이상 성장이 둔해지니까 그랬습니다. 이겼지만
스스로 위기에 빠지는 자본주의의 모순이지요. 10년이 넘는다는 일본의
불황을 보십시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력과 해외채권을 가진 일본도
만든 물건을 팔아먹을 곳이 없어지자 성장이 둔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전쟁이 터져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아무튼 90년대 이후 자본가들은 새로운 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 전 세계를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벌인 첫 번째 작전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공업국들과 개발국들에게 싼 이자로 막대한 돈을 빌려주는 것이었
습니다. 돈만 더 있으면 계속 경제를 키우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날이
코앞에 있다고 믿던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얼씨구나 하고 이들의 돈을
마구 빌렸습니다. 한 때 유행하던 각종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한국종금, 한불종금..등등... 지금은 다 어디로 가고
없네요. 이들은 외국에서 3%, 4% 정도로 돈을 마구 빌려 국내로 가져와
13% 넘던 국내 금리와의 차액을 챙겨먹으며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었
습니다. 각종 기업, 은행들 역시 앞다투어 외국돈을 빌렸습니다. YS가
대통령을 하던, 우리가 스스로 선진국 진입이 눈앞에 있느니, 개인소득이
1만불이 되느니 하던 그 시절이었습니다. 참 돈 잘 썼지요.

그러다 90년대 중반을 지나며 당시 6,7년째 불황이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은행들은 불황때 외국으로 빌려주었던 돈을 거두어
들였습니다. 남의 돈은 역시 남의 돈입니다. 신나게 쓰다가 어느날 갑자기
돌려주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멕시코에서 1993년 갑작스런 외환위기가
터진 것을 출발로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가 몽땅 외환위기에 빠졌습니다.
이 후 1996년에는 러시아, 동유럽을 돌아 외환위기가 드디어 아시아대륙에
상륙했습니다. 말레이지아, 태국, 인도네시아를 전염병처럼 쓸고가던
이 현상이 1997년이 되자 마침내 우리 나라에도 상륙했습니다. 우리가
IMF 위기로 기억하는 바로 그 돌림병 말입니다.

한 순간 어느 나라에 와 있던 외국돈이 썰물처럼 사라지면 그 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빠집니다. 세계화니 뭐니 하면서 모두가 경제장벽을
허물고 국제교역이 경제를 좌우하는 이 시기에 외국에서 투자한다고
들어왔던 돈이 몽땅 나가면 기업은 무너지고 노동자는 일자를 잃고
정부의 재정은 무너집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는 또다른 외국
돈을 빌려야 하며 이 때 구원자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IMF 입니다.

급전을 빌려주면서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원하는 대신 IMF는 돈을
빌리는 나라가 확실히 그 돈을 다시 갚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몇 가지 확실한 훈수를 둡니다. 즉 일순간 그 나라의 경제운영은
정부의 손을 떠나 IMF의 손아귀에 들어갑니다. 이들이 내리는 처방은
주로 정부가 돈을 아끼는 재정긴축, 부실한 기업과 은행을 정리하기,
자기 나라의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서 외국인들이 다시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기 등이 있느데, 이 가운데 가장 확실한 정책이 바로 정부가 소유한
각종 공기업의 소유권을 이들을 인수할 능력이 있는 외국인들의 손에
넘기기 입니다. IMF의 급전을 꾸어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IMF는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우리
정부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호령했습니다. 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은 알거지가 되어 직장을 잃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수십년간 돈을 뿌려넣으며 키워온 알짜배기 공기업들을 외국인들에게
팔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전력, 통신, 철도, 항만, 가스산업 등등
정부가 담당하던 모든 중요한 기간 산업이 여기에 포함되었습니다.

이런 산업이 민간의 손에, 그것도 우리 생각은 쥐털만큼도 하지 않는
지구 반대편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윤창출이면 사람 목숨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런 핏줄, 신경망을 모두 손에 넣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상할 필요도 없지요. 이미 중남미는 이런 일을 여러번 겪고 모두
거지꼴이 되었습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을 이런 때 사용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나섰습니다. 전력산업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여러분이
최소한의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양심을 가지고 말입니다. 애국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말입니다. 그러므로 발전노동자 여러분의 파업은 숭고하고
명분이 있는 정당한 애국행동이라고 믿습니다.

언론과 정부의 선전에 넘어가 있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런 모든 주장은
허구이고 이번 파업은 발전회사 사람들이 철밥통 지키기 위해서 극도의
이기주의를 가지고 하는 파업이라고 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생각해
봅시다. 설사 민영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그리 국가 경제에 해롭지
않다고 합시다. 발전노동자의 고용만 불안해 진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파업하면 안됩니까? 내 밥그릇 내가 지키는게 뭐가 잘못입니까? 그럼
두 눈 다 뜨고 밥그릇 내 놓아야 착한 노동자 인가요???? 발전노동자가
다 바보 입니까, 아니면 자선사업가 입니까? 파업은 노동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할 수 있는 너무나 정당한 의사표시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시각으로 이번 파업을 본다고 해도 명분은 충분히 있습니다.

이번 파업투쟁에 임하시는 여러분의 시각이 여기에서만 멈춘다고 감히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게는 나라의 경제와 모든 국민의 생활권을 지키고
작게는 내 직장과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 싸움은 성전입니다. 절대 물러설 수 없고 또 그래서는 안되는 성스러운
싸움입니다. 역사의 진실은 여러분 편에 있습니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노동자의 싸움에 감동한 어느 지나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