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잘린지 일주일되어가니 어느정도 분노와 증오는 사라져가고
기분도 좋아졌다.역시 시간이 약이구나 싶고...
일주일동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뭐 그런 싸가지인간들이 다있나라는
생각에 (아무리 살아가는게 약육강식이라지만...)
그런 싸가지인간들 안보는게 내인격상 더 좋다고 생각도 되고
또 나도 반성할건 반성하고 배울점도 없지않아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맞벌이할 땐 늘어지게 잠도 자고싶고 쇼핑도 하고싶었는데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오니 늘어난 시간이 감당이 안된다.
그동안 업무시간이 많아 시댁의 간섭이 줄어든 것과
나를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들...
또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통장때문에 그리고 남편이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마누라 칭찬을 입에 발리게 했는데
이런 모든것들이 사라진다니 나는 또한번 바람빠진 풍선신세가 된다.
망신스러워서 남편 친정엄마 그리고 젤친한 친구외엔 내가 잘린거
아무도 모른다.
어휴 시댁식구들이 사실대로 알면 뭐라고 생각할지...
또 시부모님은 수시로 오라고 부르실텐데... 사실 맞벌이할때는
일이주에 한번가서 그나마 편하다면 편했다.
친정엄마에게 쇼핑가자고 며칠전부터 졸르니까
비오면 비온다고 싫다고 하고 더우면 더워서 나가기 싫다고 한다 ㅜㅜ
마음이 허해서 또 남편생일도 돌아오고 해서 혼자서 쇼핑했다.
혼자 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긴하다.
이상하게 이십대때 관심없던 옷, 악세사리, 핸드백, 구두등이
서른고개 넘어서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한참 꾸밀나이때는 그런게 관심에도 없었는데 이제는 너무
이뻐보이고 사고싶고 그런다.
마음이 허해서 그런거라도 채우고싶어서 내걸로 만들고싶어서 그러나...
갑자기 여름샌들 세일이라고 외쳐대고
주부들이 너나할 것없이 신발고르느라 북새통이 되었다.
나도 여름신발이 별로 없던차에 싼맛에 골라보고 두켤레를 샀다.
어차피 한켤레 값으로 두켤레를 산 것이다.
남편은 언제나 싼게 비지떡이라고 한다.하지만 비싼걸 사고도
그걸 그때 왜샀나하고 후회도 많이 하지만 난
품질 좋은걸 저렴한 가격 (세일)에 사서 물건 산걸 후회한 적이
별루 없다. 투피스에 어울리는 핑크샌들과 아무옷하고도 잘 어울리는
검정색 샌들을 사고 난 어린애마냥 좋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없는 보랏빛이 도는 와이셔츠도 생일 선물로 샀다.
고풍스런 가구하고 이쁜 그릇들보면 나중에 집넓히면
저 이쁜것들 우리집에 갔다놓으면 참 이쁘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장을 보고 오는데 항상 빼놓지않고 들리는
빵가게... 그런데 빵값이 약간 올라서 뭔빵이 이렇게 비싼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빵이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오란 빛이 감도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구운 빵.
빵순이가 빵가게를 지나칠리 없다.
아 밥하기도 싫은데 감자나 삶아 먹어야겠다.
애기가지려고 또 끔찍한 병원도 다녀야하고 다음달엔 또 일자리도
구해야하고...몸은 편한데 마음은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