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방에도 볕 들 날이 있을까….
결혼 8년. 아이 둘. 직장생활 병행하면서 집안일 청소, 세탁, 아이들 공부, 남편 내조…평균 이상은 된다고 믿고 산다.
이런 나에겐 찐득이처럼 따라다니는 화두가 있다. 왜? 도대체 왜 내가 만드는 요리는 다들 피하는 걸까. 재료도 고급으로 아낌없이 쓰는데, 또 만드는 시간은 다른 사람의 두 세배나 걸리는데, 왜 왜 맛이 없을까?
느끼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도 내손만 닿으면 ‘니끼해서’ 다들 못 먹겠다고 하고….0.0?
연한 재료로 만들어도 이빨과 강도 시험을 해야 할 만큼 단단해지고…>.<
도저히 맛이 없을 수 없는 단순한 음식까지도 나의 독특한 맛으로 온 식구들의 외면을 받게된다.….ㅜㅜ. 울 신랑은 이런 나를 마이더스의 손이라 칭한다.
그래도 신혼 초 아니 연애 때부터 익히 알았던 터라, 울 랑은 내가 음식을 하려하면, 두 손 들어 반대해왔다. 물론 이유는 ‘당신 피곤하잖아’….
울 신랑은 나를 딴 마눌과 비교(?)하는 따위의 무분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누구에게나 건드려서는 안되는 아픔이 있는 법. 나의 아킬레스건을 건들였다가는 당장 저녁식탁에서 음식 고문을 당하게 될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리라.
아이들도 당연히 엄마는 밥하고(진짜 밥만 한다), 달걀후라이나 햄부침 정도만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울 작은 애 '우리 엄마가 햄부침 잘한다'고 자랑할 땐 눈물이 앞을 가리곤 했다. 그래서 음식은 대략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대로 먹는다. 맛이 있건 없건 ‘아~ 맛있다’를 연발하며 아양과 내숭으로 결혼 8년을 버터왔다.
얼마 전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울 새 집 주방은 내가 디자인했다. 이동 거리 및 활용공간 및 시각적 효과까지 고려하여 정말 고심하여 디자인한 것이다. 여러 색깔 타일들 사이를 헤매는 꿈까지 꾸면서 말이다. 이런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누가 봐도 괜찮다고들 한다. (흐뭇)…^^. 그러면서 이런 데서 요리하면 더 맛있겠네요라고 할 때는 난 딴 식구들 눈치보며, 걍 심플하게 미소로 대답한다.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하면서…미워하면 닮는다고 했나. 이럴 때 내 안에 있는 시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평화로왔다…얼마 전 시어머니의 폭탄 선언이 있기 전까지….
시부모가 시누이 집으로 두 달이나 출장(?)을 가시겠다는 거다. 큰 애 방학하면 아이둘까지 몽땅 데리고….두 달씩이나…ㅜㅜ. 울 신랑 배짱 좋게 ‘다녀오세요’라고 하는데…그럼 남아 있는 우리 둘은 어쩌라구….곰탱이 울 신랑 그제사 눈치 채고 ‘밥이야 밖에서 먹고 오면 되잖아’ 하는데…
난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 나는 언젠가 이런 순간이 내게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비겁하게 돌아서 가지 않으리라. 월급 한달치를 재료비로 날리고, 만든 요리는 쓰레기통으로 직행을 한다 해도, 신랑이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더라도, 이번에 정면으로 맞서리라. 더 이상 곱게 길러주신 친정부모님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리라.
올 겨울은 아주 특별할 것 같습니다. 저 요리학원 등록할 겁니다. 깨진 독에 물 붇기라며 그렇게 말리던 신랑도 이젠 반대하지 않네요. 나이가 드니, 마눌이 해준 음식이 먹고 싶나봐요.
가볍게 읽어주세요. 속상해방에 올리려다가 실수방에 올렸습니다. 여러분들 늦깍이 시작에 많이 격려해주세요. 더불어 요리학원 강사님께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함께 전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