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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싶다


BY 최진원 2001-10-10

오늘 아침 우연히 남편 핸드폰의 문자 메세지를 보고
또 가슴이 철렁한다

99년 가을 내 남편은 직장 후배와 사랑에 빠졌었다

자기 입으로 그랬었다
" 지나가는 차라도 들이받아 죽고 싶어진다 "고.
나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땜에 남편이 그러는 줄 알고
위로의 말만 계속 했던 바보였다.

몇 달이 더 지나서야 남편이 가정과 그 여자와의 사랑 사이에서
괴로워서 내뱉은 말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둘 다 죽이고 싶도록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결국 2000년 6월 남편이 그 회사를 퇴사하면서 둘의 사이도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사소한 말다툼을 할 때마다 난 그 여자와의
일이 생각났고 싸움의 끝은 그 일로 왈가왈부하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럭저럭 참고 또 잊고 잘 지내다가
지난 9월 부부싸움 끝에 나는 또
그 때의 뉘앙스를 풍기는 말실수를 하게 되었다.

남편은 엄청 화를 내고 집을 나갔고 나도 말도 못하게 속상했다.

이튿날 새벽 술에 만취되어 들어온 남편은 나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 내가 이 세상을 사는 것은 오로지 너와 혜진(딸)이 때문이다
다른 어떤 것도 내게는 의미가 없다.
그 때 마음 아프게 해서 진짜 미안하다
절대로 당신 눈에서 눈물 흐르지 않게 할 테니까
제발 그 일을 잊고 앞으로는 그 얘기 하지 마라" 고.

나는 내심 남편이 그렇게라도 얘기를 하며 못을 박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남편의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남편에게 핸드폰을 갖다 주려다가 보게 된
발신번호는 그 여자였다. 깜짝 놀랐다.
아직 남편이 잠을 덜 깬 틈에 혹시나 하고 통화 내역을 보았더니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흔적이 있다.
문자 내용은 " 오빠 나야 난 오늘 쉰다. 오빠 뭐할거야" 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또 한편으론 담담하기도 하다.

이제 그만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

또 그 여자는 한 번 만나 실컫 두들겨 패 주고 싶다.
지근지근 밟아주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