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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죽고 싶은 마음.


BY 쪽박 2001-10-11

아이가 다 자라 제 갈길을 찾아 가고 나니 정말 심심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놀러만 다닐수도 없어서 지루해하고 있는데 남편이 1000만원을 주었다.
심심하면 주식투자라도 해보라는 것이었다.
웬 주식?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해보란다.
없어도 되는 돈이래나 뭐래나.

그래서 보름정도 주식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주식에 대한 공부를 했다.
텔레비전의 주식 관련 프로그램도 눈이 뚫어지게 봤다.
책도 두권이나 사서 닳도록 봤다.
그리고 나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아뿔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식을 매수한 날 밤에 미국의 테러 사태.
앞이 노래졌다.
내가 산 주식도 한없이 추락.
거기에다가 다른 주식과는 달리 또 다른 악재를 하나 더 달고 있어서 하한가를 더 많이 했다.
증권사들도 내가 산 주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만 내놨다.
증권 사이트도 마찬가지.
개미투자자들만 게시판에 '홀딩하자'며 글을 남겨놓는 주식.
결국 나는 주식을 처분했다.
600만원 손해.
아무래도 더 내려갈 것 같아 홀딩하느니 그냥 버렸다.
시황판만 들여다봤더니 눈만 아프고,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짜증만 늘었다.
그런데 무슨 이런 일이!
내가 주식을 판 이튿날부터 살 살 오르더니 오늘까지 상한가를 두번이나 친다.
나는 가슴을 쳐야 했다.
내가 산 가격에 거의 근접.
이제 와서 다시 살 수도 없고 다른 주식을 사자니 꼭 상투를 잡는 것만 같고.
주식을 하고부터 잠도 잘 못자고, 밥도 하루에 한끼만 먹게 되었다.
살이 빠져서 좋긴 하지만 도대체 잠을 못 자니 미칠 지경이다.
자려고 누워있으면 '그 돈이 어떤 돈인데'하는 생각만 드는데다가, 남편까지 한술 더 떠 뭐라 그런다.
그 돈 없어도 된다고 할때는 언제고.
'아무리 데이 트레이딩 하랬지만 상투에서 사서 바닥에서 파냐?'
난 할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남편 식사만 챙기는 나날.
잃어버린 돈은 잃은 것이고 건강이나 지키자며 다짐을 해도 도대체가 잊을 수 없는 피같은 내돈.
아는 사람이 내가 주식을 할까 하니까 '아주 죽을려고 작정했다'는 말을 했는데, 이제사 실감이 난다.
그 사람은 주식해서 한장(1억)을 털어넣고 지금도 속이 쓰린 사람인데, 내가 왜 그 쓰린 속을 몰랐을까. 정말 후회 막급이다.
주식해서 잃어버린 돈을 잊어버리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님들!
그런 방법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저의 남편은 제가 너무 많이 상심하니까 이제는 암말도 안합니다.
그냥 저더러 '넌 주식하면 안되겠다'는 말만 두어번 하네요.
이 쓰린 속을 어떻게 달래야 하죠?
정말 딱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날들입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증권사들이 내리 추천하면서, 내리 물량을 풀어내니 환장하겠대요.
정말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개미들에게는 철벽인지.
혹시 주식해서 돈 버신 분 계세요?
단시일에 너무 많이 잃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 쓰린 속. 술이라도 마실 줄 알면 좋겠는데 그 재주도 없으니 답답해서 죽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