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34

결혼하고 미쳐가는 것 같다,..고 썼던 사람입니다...


BY 포악녀 2002-03-18

달아주신 리플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요.
아컴에 이런 나의 추한 모습을 쓰면서도
차라리 비난 받아서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저 혼자 삭히다간, 정말 제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고 신랑만 잘못한거
라고 끝없이 생각할 것 같아서 용기내어 쓴 겁니다.

어제,오늘...절 욕하신(?) 분들의 글을 보니 점점 안심이 됩니다.
모두 제 편만 들어주셨다면 전 아직도 분노에 휩싸여 있었을 겁니다.
제 잘못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늘 포악한 건 아니예요...
그제처럼 발광한건...인생을 털어...처음이예요...
신혼 초에 시계를 던졌던건...솔직히 신랑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물론 잘못된 방법이지만..신랑은 그렇게라도 안하면 전혀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제는 정말 분노였어요.

몇몇 분은 저더러 복에 겨웠다고 하시지만, 답답한 성격의 남편과
살아보지 못한 분은 그 기분 잘 모르실거예요.
집에 와선 입 꾹다물고 티비만 뚫어지게 보는 신랑...
길을 갈 땐 늘 혼자 빠르게 걷는 신랑...
영화를 같이 보고도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신랑...
시댁가면 더욱 나와 눈도 마추지 않는 신랑...
등 돌리지 말고 자라고 하면 어떻게 너만 보고 자냐고 짜증내는 신랑...
말 시키면 딴 짓만 하는 신랑..
내가 해 준 얘기를 라디오에서 들었다고 하는 신랑...

압니다.
제가 신랑한테 기대하는게 많다는 걸.
하지만 전,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10년을 살아도 50년을 살아도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게 될까봐 늘 신경이 쓰였어요.
몸도 마음도 누구보다 가까운게 사랑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제 성격은 완전하냐고요?
하하. 물론 아니죠. 신랑이 보면 전 결함 투성이지만,
전 시동생도 인정하는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시부모님도 제가 싹싹하고, 생각 깊고, 애교만점이라고 좋아하십니다.
신랑은 이런 제 성격이 좋다고 하면서, 그런 행동에 반응은 없습니다.
반응없는 신랑한테 혼자서만 수다떨고 표현하고 끌어안는걸 견디다
못해 이렇게 미친여자가 되니,......그것도 제 잘못이겠죠?

내일, 신경정신과에 가기로 예약 해 두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도를 넘어서고 있으니,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지요. 정신과 가는거 두렵지 않고, 다만, 배탈 나서 간다고 생각하며 갈 겁니다.
좋은 의사 선생님 만났으면 좋겠네요.

...다시 한 번 리플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하루 되세요.

추신...1. 어떤 분이 전 신랑만 보고 살아서 자기 일 같은 건 없을 거라고 하셨는데....
전, 정말 바보인가봐요.뚜렷한 제 일이 있으면서도 이러거든요.^^

2. 신랑을 또 다른 인격체로 객관적으로 보면 살게 되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난 이 사람과 하나가 되기 위해 결혼한건데 말이죠...아무래도 제가 욕심이 많은거겠죠?

3. 그 후로 신랑은...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생활하고 말합니다.
제게 필요한 건 따뜻한 대화인데,..제가 말을 시작했다간,
신랑이 또 귀찮아 하고, 내가 또 분노할까봐...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