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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야속하네요


BY 메모리 2002-04-12

저는 지금 해외에 살고 있어요.

남편이 주재원이라서 아무도 없는 이 곳에 나와 살고 있는데요.
아기가 있어서 어디 쉽게 다니지도 못하고, 또 제가 살고 있는 곳은 한국 사람이 하나 없는 동네라서 친구도 없답니다.
남편이 기왕에 해외 생활 하는거 확실하게 해보는게 좋겠다면 오기 싫다고 우기는 절 달래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어요.
벌써 이사온지 1년이 되었네요

남편이 바쁘니까 매일 늦고 전 집에서 아기 키우면서 매일매일이 똑같은 생활이구요.
그러니 당연히 주말이 기다려지고, 전 나름대로 주말에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곤 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협조를 안하네요.

이번주만해도 전 미칠지경이었어요.
매일 집에서 아기랑 씨름하는데, 남편은 그나마 일이 생겨서 12시나 되어야 집에 왔거든요.
세끼를 혼자 먹어야 했고, 게다가 출장도 많아서 다음주에는 4박5일 출장을 가야 한답니다.
그럼 전 이 집에서 아기하고 둘이 지내야 해요.

지난주 토요일엔 남편이 골프약속이 있다고 그래서 그냥 저혼자 보냈고, 이번주는 매일 늦었으니까 설마 했죠.
근데 이번주 토요일도 골프를 치러 나간다네요.

가슴이 꽉 막히는게 기가 막혀서 눈물도 안나와요.
어쩌면 그렇게 제 생각은 눈꼽만치도 안할까요.
말로는 아기랑 있으니까 힘들겠다, 이 곳에서 답답한 네 심정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하는거 보면 아무생각이 없어요.

여기 와서 여행이라곤 첫해에 딱 두군데 가본게 전부구요.
여름엔 바빠서 휴가도 못쓰죠.
주말엔 골프치러 다니기 바쁘죠. 겨울엔 주말만 되면 잠자기 바쁘죠.

때때로 감금되어 있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사람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 만들어서 족쇄 채워놓고 자기 혼자 신나서 놀러다니는거 같은 생각말이예요.
제가 이런 생활 정말 힘들다고 하면, 아기 데리고 놀러 다니래요.
말은 쉽죠.

힘도 별로 없구요. 건강하고 튼튼한 편도 못되어서 아기 들었다 놨다하는것도 버겁고, 유모차도 너무 무거운거라서 트렁크에 실었다 내렸다 하는것조차도 저한테는 무서운 일이예요.

물론 일하는 남편, 일 때문에 치는 골프라면 저도 안말려요.
그런데 취미차원에서 주말마다 나가는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리고는 매일 집에와서 회사일이 힘들다고 그래요.
왜 안힘들겠어요. 저도 알죠.
그런데 지금 저한테 힘들다고 말하면 전 그말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제 상황에 남편 힘든것까지 지고 앉아 있어야 하니까 한마디로 죽을맛이 되는거예요.

그러면서도 월급 다 갖다주니 자긴 빈털털이라고.. 마치 제가 그 돈 다 제꺼 만드는냥 말할 때면, 농담이겠지만 정말 미워요.
전 여기서 통장 개설할 신분도 못되는데, 모두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에 들어가는데 그게 제 돈인가요?

통장도, 차도, 집도 모두 다 남편의 이름으로만 할 수 있고, 전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여기 나와서 전 완전히 바보로 사는거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구요. 남편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된 거 같고, 한국같았으면 척척 했을 일들도 여기선 언어든 신분이든.. 그런것 때문에 척척 해내기 힘들고 그럴때마다 완전히 멍청이 된거 같은 생각에 마음만 우울해지고..

그리고 저녁에 아기 재우고 남편도 없고, 밥맛도 없고 대충 저녁 먹고 치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아컴에 들어와 이런저런 글 읽고 있을 때.. 어쩔땐 정말 제가 왜 이러고 있는지 답답한데, 들어와서는 저보고 얼마나 행복했냐고, 이쁜 아기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네가 좋아하는 컴퓨터하고 같이 지낼 수 있으니....
아무리 농담이라지만, 그런말 할 때면 정말 속이 터지는거 같애요.
아기야 좋지만, 이런 상황 즐거운 상황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뇌를 시키려는건지 ..

남편 밥해주러 왔다는 생각만 드네요.
남편 수고 하지만, 그리고 힘든거 알지만, 불쑥불쑥 불만이 차 오르고 나는 뭔가 .. 여기서 나는 뭔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다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어쩌면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할까요.
내가 이런 상황이란거 그렇게 이야기 했었는데 어쩌면 그럴까요.
골프 격주에 한번씩만 쳐주면 얼마나 좋아요.
꼭 그렇게 주말마다 쳐야 하나요?
여기가 한국이라면 이렇게 야속하고 밉지는 않을거 같아요.
하다못해 친정에라도 가 있으면 되니까요.

이번 주는 정말 힘들었는데, 너무 우울했는데... 설마 이번주는 우리하고 같이 있어주겠지... 어디라도 갈까... 생각했는데 또 골프치러 간다고 말하는 순간 아주 얼굴도 보기 싫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