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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적이 바뀌었다는걸 오년만에 안 무지한 여자


BY 이런저런 2002-04-13

여권을 재발급 받으려고 동사무소에 갔습니다.
검은선 안에 있는 내용은 모두 꼼꼼히 적어야 하더군요.
출신학교 주요경력까지...
네살먹은 아들 자동문에서 왔다갔다 하는걸 억지로 뜯어 말리고
목소리 낮춰 타이르고는 직원에게 가져갔는데
제 본적이 잘못되었다네요.
"어 맞는데요"
"호주가 ***씨죠?"
"네 저희 시아버님 이세요"
"그러니까 본적도 바뀌는거예요"
아뿔싸~ 기가 막힐 노릇이였습니다.
무지한 제 자신을 탓하기 전에 정말 기분 나쁘더군요.
장남에게 시집와서 호주가 시아버지로 바뀔때도 정말 기분
더러웠는데 (말이 심했죠 하지만 그랬어요)
호주가 변경되면 당연히 본적도 바뀌어야 한다는게
당연하다기 보다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정말 기분 나쁘네요" 하며 제가 투덜거리자
그 여직원분도 그러더군요. "그렇죠? 참 문제있는 제도예요"
"본적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직원이 불러주는 본적을 받아 적고 틀린부분에 도장을 눌러 찍으면서
그동안 내가 당연히 써 넣었던 본적이라는 주소를 잊어야만 했습니다.
중얼중얼 새로운 나의 본적을 외우는 내 모습이 참 가련하기까지
하더군요.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면서도 그동안 액션한번 취하지 못한 제가
참 못나보였습니다.
우리 옆집언니는 그러대요. 동네 누구 엄마가 싫다구 그여자는
만나면 호주제 폐지가 어쩌고 그런 얘기만 한다고.
"언니는 맏며느리가 아니죠?" 하면서 제가 겪었던 느낌을 기분 나쁘지
않게 대충이나마 이야기 해주긴 했었는데...
재혼가정에서 성이 다른 자녀들이 주위의 눈총을 받으며 살아가고
아버지에서 시아버지 혹은 남편 아들에게까지 서류상으론
영원히 존속해 있어야 하는 이 제도가 언제나 없어질까요?
자주 여론에 오르는데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나요?
시사토론방이나 아줌마가 본 세상에 적어야 할 내용 같지만
정말 속상해서 속상해 방에 올려봅니다.
새로 알게된 제 본적이 잘 기억 나지 않네요.
숫자 몇개인데도 강한 거부감이 들어서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