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골목에 사는 몇 안되는 아이들이 모두 나왔는지 밖이 시끌벅적하네요.
학교 다녀 온 뒤 점심 먹고 내내 컴퓨터 하던 우리 아이...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옷 입혀 달라하며 나갔습니다.
잘 놀고 있나 가끔 베란다를 내다보니 뚜렷하게 하는 놀이 없이도 잘 들 노네요..
그래서 저는 옷가지들을 정리해 손빨래를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어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5살쯤 되보이는 아이가 머리를 움켜쥐고 울고 있지 뭐예요.
어머나 많이 다쳤나?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어요.
아이들이 낮은 턱 위에서 뛰어내리기를 하다가 우리 아들 녀석이 하필
그 아이 서있는 옆으로 뛰어내려서 아이가 쓰러지며 벽에 머리를 긁힌거였어요.
왼쪽 귀 뒷머리에 조금 상처가 생겼어요...
아이는 계속 울고 제 아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쭈뼛하게 서 있었죠.
집으로 데려와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겨주고 약을 꺼내와 상처에 발라주었어요.
엄마가 다친걸 모르고 머리 감길지도 모르니 다친 곳을 꼭 말씀드리라고 일러두었지요.
과일도 깍아주며 달래주니 어느새 눈물은 그치고 집안 여기저기를 호기심있게 바라봅니다.
다친것은 다 잊었는지...ㅎ
몇살이냐고 물으니 7살이나 되었다네요. 어려보였는데 우리 아이랑 동갑이었어요.
집은 길 건너 어디고 엄마는 일 나가시고 할머니만 계시대요.
그러다가 아이의 소매끝에 눈길이 갔습니다.
언제적 때인지 빨아도 안 지워질 것 같은 다 헤진 소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인데 때타고 너덜한 티셔츠 달랑 하나 입고 바지는 이미 짧아진 것이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안 좋은 냄새까지....어찌나 딱하던지....
엄마는 밤에 오고 할머니는 맨날 아프시고 유치원도 안 다닌다네요.
그러니 저렇게 혼자 이동네 저동네 다니며 아이들과 놀면서 하루를 보낸데요.
그러다가 이렇게 다쳐도 누가 달래주고 약 발라줄 사람 하나없이....
점심은 거르기 일쑤라니..또래 아이들 보다 무척 작고 말랐더군요.......
순간 가슴이 찡해 왔습니다.
요즘 누구나 자기 자식이라면 빚을 내서두 해 입히고 해 먹이고
어디가서 다칠까 잘못될까...노심초사하며 애지중지 기르고들 있는데
저렇게 자라는 아이들도 있었다는 걸....알면서도 직접 보기 전에는 몰랐던 것이죠..
그동안 제 눈에는 우리 아이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사는 아이들만 보였어요.
더 좋은 유치원에 더 좋은 학교 못 보내서 미안했고, 해외연수 못 시켜줘서 미안하구....
그런데 이 아이를 보니 저의 생각이 자식욕심이 지나친 사치였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답니다.
이 세상에는 저렇게 방관으로 자라는 아이뿐 아니라
학대 받으며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했어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더 겸손하고 더 검소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제 아이에게도 지금의 네가 얼마나 감사한 건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모두가 사랑으로 밝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괜히....
왠지.......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그냥 마음이 아파 여기 들어와서 몇자 적었어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감정일거예요...
우리 아이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잘 자라 주길 바랍니다.
아이라는 존재는 작고 여리고 소중하니까요....
제가 준 과자봉지를 움켜쥐고 그 아이는 환히 웃으며 집을 나갔습니다...
아이가 잠시라도 즐거웠던 같아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