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또 속이 상해오네요.
우리엄마는 약간 피해의식 같은게 있어요.
물론 엄마의 인생이 평탄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피해의식일 수도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통화하거나 만날 때마다 속이 상하고 답답합니다.
엄마는 무기력하고 내성적이고 아주 순하지요.
그렇기때문에 내가 보기엔 사람들이 엄마를 어려워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하지도 않거든요.
착한 사람이고 얌전한 사람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누구든 엄마를 먼저 괴롭히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냥 좀 만만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또 잘해주려고 하는 사람도 꽤 있거든요.
엄마는 나약해 보여서 누구든지 도와줘야 할것같은 인상을 많이 풍겨요.
그런데 엄마는 누구의 눈빛이 조금만 이상해도 그냥 그 사람이 자기가 힘든일이 있어서 조금 시무룩할수도 있는데 그걸 엄마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기서부터 상상이 꼬리를 물고 나중엔 '내가 뭘잘못했다고 그래. 내가 못사니까 나를 우습게 생각하고 .. 생각하면 은근히 뿔딱지가 나서 죽겠어' 그럽니다.
물론 그사람한테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런 내색도 못하면서 나한테 이야기 하는거지요.
매사가 이런식이예요.
그러니까 나도 조심스러워요.
내가 생각없이 한 소리도 '내가 못사니까 딸년도 늙고 없는 부모 싫다는 거지'이렇게 생각할까봐요.
오늘도 별거 아닌일을 항상 그랬다는 약간의 풍선까지 포함해서 말을 하네요.
좋은소리가 아니죠. 엄마가 하는 소리는.
또 누가 우습게 보고 엄마한테 그렇게 했다는..
그래서 직접 가서 말을 한번 해보지..그렇게 말하면 꼬리를 내려요.
직접가서 말할 용기는 없거든요.
학창시절에는 엄마가 정말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되고 엄마를 닮을까봐, 안닮을려고 노력했는데 내 모습속에도 엄마의 그런 모습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 정말 나도 미쳐버리는거 같거든요.
엄마의 지금 형편.
안좋죠.
젊어서도 순탄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믿던 우리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일할 능력도 자신도 없는 엄마는 집에서 우리 형제들만 잡으면서 사셨지요.
돈벌어 오라고.. 그래서 내 동생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돈 벌었어요.
이 이야기 전에도 올린적 있었는데...
나 대학교 다니고 있었는데 그만 두라고 .. 학교 때려치우고 돈벌어오라고 매일매일 닥달을 했어요.
눈물로 학교를 마쳤어요.
엄마는 일 못한다고.. 항상 아무것도 못한다는 소리밖에 안했죠.
그러면서 엄마는 자신감을 점점 상실하고 아니 그때 이미 자신감이 하나도 없었던 거예요.
자식들 닥달해서 먹고 살면서 또 마음 한켠에 못난애미라는 자책감도 함께 키웠겠죠.
그러다가 동생이 좀 잘 안풀렸거든요.
사람은 착하고 좋은데 약지를 못해요.
게다가 남자인데 고졸이고 엄마처럼 순하고 어질고 착하기만 하니까.
경제위기때 퇴사를 당했고 퇴사하자마자 올케가 남자가 생겨서 바람이 나서 나가버렸거든요.
이혼을 하고, 조카를 남동생이 맡고..
그러니 엄마가 완전히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는것도 어렵고.
조카도 키우고, 남동생이 한참 힘들어 하는것도 봐야했고.
그러니 나만 만나면 나붙들고 하는 소리는 다 안좋은 이야기뿐이지요.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볼수 있는일도 절대로 긍정적으로 생각안해요.
항상 있지도 않은 일까지 미리 상상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게 사실인양 속이 상하다면서 말하곤 하죠.
나중에 보면 그런일은 있지도 않았는데..
어제 어린이집에 조카 데리러 갔더니 조카가 울고 있더라고.
선생님한테 혼나서 울고 있더라고 그러네요.
근데 엄마말은 애미없는 아이라고 항상 선생들이 조카를 함부로 한다는 거예요. 번번히 그런다는 거예요. 집에 보낼때도 다른애들은 옷 입혀서 보내면서 조카는 웃도리도 안입히고 더럽게 해서 보낸다는 거예요. 그래서 속이 터지고 속상하다구요.
그러면 선생들한테 이야기를 한번 해보지 그러냐니까. 또 꼬리를 내리면서 번번히는 아니고 한번 그랬다고..
저 정말 미쳐요.
만날때마다 통화할때마다 엄마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해요.
나한테라도 말안하면 어디다 말하랴하고 잘 듣고 있으려고 하는데 약간 과장된 피해의식. 조카는 애미없어서 사람들한테 천대받는 아이로, 엄마는 아들이혼하고 돈없다고 사람들이 무시하는 할머리로, 내동생은 고졸이고 아이엠에프때 정리해고 당하고 게다가 이혼까지해서 사람들이 무시하고 깔보는 천치로.. 엄마는 항상 엄마식구들을 비하하네요.
물론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나까지 함께 비하했었지요.
좀 늦게 결혼했는데, 못생기고 애비없어서 결혼못한다고.
엄마가 불쌍하면서도 너무 심하니까 만나기만 하면 내가 속이 상해서 돌아오고, 통화만 하면 속이 상해서 미치겠고.
엄마의 상황이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되면서도 그래도 좀 당차게 살수는 없었을까 왜 그렇게 휘둘리면서 살다가 이제는 휘둘기전에 엄마가 알아서 먼저 휘둘려 줘 주는건지. 화나고 속상하네요.
당당한 부모, 불쌍하지 않은 부모가 있는 자식들은 복받은 사람들이예요.
불쌍하고 당당하지 못한 부모는 자식에게는 어쩌지도 못하는 아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