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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적다는 게..


BY 그들이 밉다 2002-09-30

그 아이들의 부모가 정말 미워지는 날입니다.
오늘 4학년인 옆반 아이를 보며..'정말 이혼은 안해야 되는 거구나.'싶었습니다. 갑갑함에 가슴이 턱~...막히는 그런 기분...
옆반 아이가 수업 중 갑자기 연필을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확~ 내던지길래.. 선생님이 "왜 그러니?"하고 10여차례 물어도 대답이 없어...혹시 아이들끼리 다툼 땜에 그러나 싶어 아이옆으로 다가가니, 갑자기 책이며, 필통이며 다 선생님에게 내던지고..."나는 가진 것도 없고..부모도 이혼했단 말이에요.."하며 뜬금없는 소리를 하면서, 교사의 타이름에 상관없이 울고 소리지르며 1시간여의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너무 가슴이 아퍼, 아이도 울고, 선생님도 울고....그렇게 오늘 하루가 갔지요.. 평소 너무나 조용한 아이였는데, 7개월전 부모가 이혼하고, 부모가 모두 맡기 싫어 친할머니에게 떠맡겨진 자기 신세에 대한 울분과 부모에 대한 원망을 참을 수 없어, 아무에게나 화풀이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우리반에도 이혼한 부모의 아이들이 몇 있는데, 우리반 아이들도 가슴 속 어딘가에도 그런 슬픔과 한이 스며 있겠지요.. 일부러 더 환해게 굴고..또래에 비해 자립심도 강하고, 그리하여 11살 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해 버린 모습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우리반에도, 옆반에도 부모가 함께 살아도 너무 가난하여 자식까지 일일이 챙기긴 힘든 가정의 아이,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으로 며칠에 한번씩 학교에 못 나오는 아이. 성실한 아버지는 바쁘고, 춤바람난 어머닌 늘상 남자 만나느라 바쁜 집 아이, 부모가 제대로 돌보지 않고, 할머니 손에 허술하게 키워져, 늘 오락실과 피씨방주변에 맴돌며 학교는 급식먹으러 오는 곳으로 아는 아이들... 있습니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어찌해 주어야 할지...슬프고, 눈물이 납니다. 수업 시간에 눈길 한번 더 주고, 지나가다 등이라도 한번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수학 문제 한번 더 풀어주고, 가끔 집에 가는 길 슬며시 불러 몇 마디 이야기와 문제집 한권 쥐어 주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그들의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힘들겠지만...오늘 그들이 너무나 미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