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48

소심한 며느리 간 배밖으로 나온 날


BY 터트린 여자 2003-02-02

어제 드디어 난 폭발했다.

결혼 10년만에 시어머니와 맞장을 뜬 것이다. 내가 그동안 스트레스를 이 사이트에 많이 풀어놓아 읽다 보면 많이 들은 듯 한 내용도 있을 것이다.

우리 시어머니의 성격은 누구든지 행동거지를 꼼꼼히 체크하여 눈에 거슬리는 것을 수없이 잡아내고 그 자리에서든 없는 데서든 사정없이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쌍욕과 억지소리는 수시로 나온다.물론 뒷감정은 없다지만 당하는 며느리의 가슴은 맞대응도 못하고 피멍이 든다.

또 불치병이 있다. 바로 왕비병이다. 시아버지의 공무원 박봉월급으로 3억정도의 31평아파트에 살면서 쓰는 것은 준재벌이다. 1년에 2-3번의 해외여행, 그것도 비지니스석으로..(참고로 비지니스석은 일반석의 2배값), 해외명품화장품,명품핸드백,최신 유행옷은 물론 집안의 크고 작은 살림살이 하나하나까지 최신품이 나오면 바꾸어야한다.

얼마나 씀씀이가 크면 내가 재력가집안이라는 주변의 말을 믿고 속아서 시집왔겠는가? 내가 남편에 비해 과분하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한다
그야말로 보쌈당하다시피 2달만에 결혼했다. 어쩐지 너무 서두른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남(가족 포함)에게 쓰는 것은 가난뱅이가 없는 살림 쪼개고 쪼개서 하는 것처럼 하고 생색은 엄청이다. 자식에게 주는 것도 아깝디 아까워서 양말한짝 주고도 두고두고 생색이다. 심지어는 젊어서 자식 기르고 대학 보내고 살림한 것도 남의 집 종살이했다고 생색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물론 남의 집처럼 직장다니는 며느리에게 김치담가주는 것따위는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그 씀씀이에 나에게 오죽 해준게 없으면 결혼할 때 4천짜리 전세해준 것과 첫애 임신하여 입덧할 때 밥 몇번 사준 것을 두고두고 써먹는다. 치사하여 언젠가는 딸들도 2천은 해주었으니까 나머지 2천을 되돌려줄 참이다.

설사 나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아도 옆에서 그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미칠 지경인데 만만한 며느리이니 내가 오죽 고통을 당했겠나 안봐도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큰 딸이 1년 365일 네 식구몸을 한 집에서 의탁하며 많은 돈을 벌어 수시로 그 허영과 사치를 만족시켜주고 간이고 쓸개도 다 빼고 그 성질을 다 받아내니 그 성질에 딸 손에 물한방울도 안 묻히게
하고 10여년을 같은 집에서 수발을 들고 살았다.

물론 그 와중에 맞벌이하는 장남내외가 낳은 손자들은 찬밥신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남에게 애 맡기고 힘겹게 직장다니며 딸만큼 안해준다고 그 구박 다 받고 산 큰며느리가슴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두 손자의 마음속에는 외손자에게 자리 빼앗기고 아예 조부모의 자리가 없다. 볼 때마다 정말 딱하다.

그런데 내가 전화 안 한다고 또 윽박지르며 당신은 젊어서 딸시중 드느라고 이제 힘도 없고 많이 지쳤는데(연세는 60살) 더 힘빠지면 우리 집으로 들어올 거란다.

그 말 듣고 나 폭발했다. 어머니 그게 무슨 논리예요. 세상에 젊어서 힘 팔팔할 때 딸가족 시중드느라 골병들어가지고 늙어서 내팽개쳐둔 아들 집으로 들어오겠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나는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언제 장남 며느리,장손자들 자리에 앉혀주시기나 하셨어요? 자기 미워하는 것은 3살짜리 아이들도 알아요.
그동안 우리를 죽일놈,살릴 놈,독살스런 놈들..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이용가치를 찾아보겠다니요? 나는 제사도 지낼 수 없습니다.

집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또 나가라 꼴 보기 싫으니 다시는 오지 말아라 (그동안 수시로 들어온 말)고 한다. 어머니 한 번만 더 그 말씀하시면 나 정말 나가요. 하니 말이 쑥 들어간다.

게을러도 착한 우리 큰 시누 걱정된다. 이제 곧 직장도 그만두어야할 텐데 한 집에 살면서 혼자 벌어서 어떻게 지금처럼 그 소비수준을 다 맞춰 드리고 그 성질을 받아낼까..

나는 폭탄선언해 버렸으니 당분간 신경쓰이겠지만 이제 마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