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크리닉에 다닌지 석달이 돼간다.
오늘이 D-day. 근데 난 지금 침대가 아닌 컴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제 병원 가는 길에 싸우기 시작해서 아직까지 화해를 못했다.
남편은 말을 너무 생각없이 한다.
결혼 전 남편 누나한테 인사하러 가서는 처가될 집에서 잘해주더냐는 물음에
'그냥 그렇지 뭐...',
결혼하구 회사 하루 쉬는 날 청소를 말끔히 해놓구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한테
뭐 달라진 거 없냐고 하니까 잘 모르겠다고 하길래 청소 싹 해났다고 했더니
'여자가 집에 있으면 당연히 해야지 그걸 뭘 자랑이라고 하냐?
난 맞벌이를 해도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된다고 생각해'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길래 시댁가서 일렀다.
그랬더니 하는 말' 얘가 자꾸 화나게 해서 그래. 얘만 나 화 안나게 하면 끊을 수 있어.'
남편 사무실 앞에 전단지가 지저분하길래 주워서 앞집 빌라 신문지 모아논 곳에 갖다났더니
웬 아줌마가 차안에서 손가락만 까닥까닥하며 왜 남의 집앞에 쓰레기 버리냐며
이년저년 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알았어 치워줄께'라고 한마디 하고
종이 몇장을 들고 나오는데 그걸 본 신랑 왈,
'너 아무리 화가나도 어떻게 어른한테 반말을 하냐?'
8월중순쯤.
일요일날 병원에 가야되는 날인데 금요일날 오후에 느닷없이
조기축구회에서 놀러 가기로 했다며 병원을 혼자 가란다.
토요일날 아침에 가서 오후에 오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1박2일로 간다며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것이었다.
가라고 말은 했지만 설마 안가겠지 했는데 그냥 가버렸다.
다니는 병원이 지하철 역에서 2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항상 같이 가주는 것도 아니고 일요일이니 태워다 줬으면 했는데
와이프보다 애기보다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는게 서운했다.
더 속상했던건 그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왔는데
100% 부부가 같이 온 것이다.
애기문제는 부부 공동의 문제 아닌가?
누구는 가서 아픈 주사맞고 누구는 가서 술마시고 놀고..
갔다와서는 섭섭해서 우는 사람한테
'병원에 왜 혼자가면 안되는지, 놀러가고 싶어서 놀러간 것 뿐인데 그게 왜 그렇게
서운한지 이해가 안간다'고 하더라.
모임에 있는 회원들 중에 가정적인 남자가 없다. 그러니 그 방학중인데도
식구들 오면 귀찮다고 남자들끼리 놀러가지.
그래서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거 싫다고 했더니
'그 사람들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렇게 싫어하냐?'
요번 추석 때는 친정 부모님이 시어머니 갖다 드리라고 버섯을 사주셨는데
아무 준비도 안한 시어머니랑 장보면서 장모님 드릴꺼 고르길래
그냥 뒤따라 다녔더니 곶감파는곳 앞에서 이쪽 저쪽 보더니
7만5천원짜리와 5만원짜리 두종류가 있었는데
'너무 비싸다'하며 5만원짜리를 고르더라.
물론 오만원짜리도 고맙다. 하지만 오만원짜리를 보니
나방이 들어앉았고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있었다. 7만5천원짜리도 사기 싫었다.
사줘도 욕먹을것 같은 그런걸 꼭 사야했는지, 이만오천원을 그렇게 아끼고 싶었는지...
이번에 싸운건 병원에서 진료 기다리는 중에 친정 오빠가 승진하면서
회사에서 차 한대를 사준다고 했다.
면허증만 갖고 있는 오빠이기에 걱정을 했더니
연수 받았는데 여자보다는 조금 낫고 보통 남자보다는 조금 못하는 편이라고
했다한다.
그래서 올케가 깔보겠다라고 했더니 '설마 운전 못한다고 오빠를 깔볼까?'
하더니 바로 '넌 내가 운전못했으면 깔봤겠다.' 이러는것 아니겠는가.
순간 난 올케는 착한사람 나는 나쁜사람이라고 못박는것 같아서 화를 냈더니
내 앞에서 '에이 씨팔' 하면서 혼자 차타고 가버렸다.
아무리 화가나도 어떻게 그런 욕을 할 수가 있냐고 했더니 그냥 잊어버리란다.
속상해도 오늘이 D-day길래 저녁에 퇴근하고 한잔하면서 풀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간 하는 말이 '나 같은 남편 세상에 없다. 니가 얼마나 별난지 아냐?
옛날 우리아버지 같았으면 넌 벌써 죽었다. 우리 아버지는 엄마 얼마나 때리셨는데,
누나 12시 넘어서 들어왔다구 옷 벗겨서 쫓아냈어. 그런 아버지에 비하면
나는 너한테 진짜 잘하는거야.
니가 밥을 잘하냐 요리를 잘하냐 청소를 잘하냐?
니가 지금까지 해준 요리 맛있게 먹은 적 한번도 없어.
니가 지금까지 청소라고 해논 거 마음에 든 적 한번도 없었어. 여자들은 참 단순해.
바람피는 남자들이랑 진짜 잘해주는 남편들이랑 구분을 못해. 난 진작부터 너한테
기대같은거 안하구 산다.'
어휴~~ 쓰다보니 또 열받는다.
신랑은 3년 결혼생활에 이혼하고 나랑 결혼했다.
나 역시 지금 결혼 3년차다.
자기는 받을려고 결혼했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이혼도 자기힘으로 못하고 누나가 다 알아서 해주고.
못난남자... 못난남자...
아침에 밥상을 받아야 되고 청소도 깨끗하게 해야되고
시어머니도 모시고 살아야 되고 한달에 몇번은 특식을 해줘야되고
이 모든걸 다 해줘도 그는 고마워할 줄 모를거다.
왜냐하면 여자라면 당연히 해야될 일이니까....
세월이 지나도 못이 될 말을 어쩜 그리 쉽게 하는지..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내가 이해가 안간다고 하니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그 한마디에 왜 절망하고 속상해하고 아파하는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