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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엄마가 울었다. 나는 조용히 엄마를 안아 주었다.


BY 사랑해. 2007-04-04

 

우리 괜찮게 살았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남편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쓸데없이 벌리지만 않았다면요. 욕심이 결국 우리를 바닥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사람이 망하면 한 순간이데요. 벌때는 정말 더디 벌리는 돈이 망할려니 금방이더군요.

남편은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나는 곧 잘 씁니다.우리는 망했다고.

 

 

제 나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40입니다. 딱 40입니다.

계속 적자가 나는 생활에 직장을 구할려고 암만 정보지를 뒤져도 식당말고는 갈데가 없습니다. 집에 놀면서 컴퓨터 자격증에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땄지만 오라는 데는 전부 나이에 걸리네요. 애들이 아직 어려 오후 5시 쯤에 퇴근하는 그런 직장을 구할려니 그런 덴 전부 나이제한에 걸리고 제 나이를 환영하는 곳이라곤 늦게까지 하는  식당뿐이네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능력한 나를 탓하고 집만 지키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에 애들 학원를 못 보내니 제가 가르킵니다. 이제 4학년 2학년이어서 아직은 가르킬만 합니다. 다른애들은 학원에다 뭐다 해서 열심히 하는데 우리 애들은 학원도 하나 못보낸다 싶어 제가 독하게 가르킵니다. 애들인데 공부를 하고 싶어 할까요. 엄마가 회초리 들고 소리소리 지르니 어쩔수 없이 합니다. 그래도 정 하기 싫으면 몸을 이리 꼬고 저리꼬고 합니다.  

그 조차도 용납이 안돼 매를 듭니다. 지금 형편에  하기 싫다고 안하면 학원다니는 애들을 어떻게 쫓아갈건가 싶고 또 내가 처한 환경이 이 정도인가 싶어 우울하기도 하는 맘도 더해져 내 분에 내가 못 이겨 애들을 때립니다. 애들을 때리고 화가 난척 앉아 있으면 큰 아들이 나를 안고 웁니다. 엄마가 슬프면 자기도 슬프다고 합니다.   엄마가 옛날 같지 않아 슬프다고 합니다.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아들 눈물 닦아주며 안고 있으면 둘째 딸이 자기도 안깁니다. 그러면 우리 셋은 서로 껴안고 마음을 녹입니다.

 

어리다고만 생각한  딸이 일기를 썼는데 '집에서 엄마가 울었다. 나는 조용히 엄마를 안아주었다 '라고 쓴 일기장을 보고 그날 마음이 심하게 아렸습니다

아직 애들에겐 내가 전부인데 난 무엇때문에 날마다 슬프고 날마다 우울한지 날마다 옛날만 추억하고 슬퍼하는지  애들보다 못한 엄마다 싶습니다.

내 눈물에 애들이 슬프고 내 노여움에 애들이 주눅들고 내 감정에 애들은 웃고 우는데 나는 왜 애들앞에서 이렇게 못나게 구는지...

 

애들이 올 때가 다 돼 갑니다. 학원에 안 가니 수업마치면 바로 옵니다.

나는 웃으며 애들을 맞이할겁니다. 내 눈치부터 살피는 아들. 엄마 오늘은 기분이 괜찮아 할겁니다. 내가 웃으며 농담이라도 건네면 아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쉴새없이 떠들어 댈겁니다. 그리고 엄마 엄마가 웃으니 너무 좋아 하며 안길겁니다. 딸 애는 연신 내 볼에다 뽀뽀를 할겁니다. 목을 꼭 껴안고 엄마 프랑스만큼 사랑해  할겁니다. 딸애는 프랑스가 젤 멀다고 생각하거든요.

 

딸아이가 늘 하는 말이 "아빠, 우리 옛날처럼 살면 안돼." 입니다.

남편도 그 말이 슬픈듯 애써 웃어보입니다. 그리곤 아빠가 열심히 노력할께 합니다.

아직은 마음이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헤쳐 나갔겠지요. 모든게 내 욕심인것을 현실을 이제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아야 합니다.

듬직하기가 최고인 아들과 프랑스만큼이나 엄마를 사랑한다는 딸이

날 지켜줍니다.

 

나는 오늘도 내 아들, 딸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