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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안되어있는 친정엄마


BY 겨울 2011-08-03

화려했던 친정엄마와 소박한 친정아버지는 아버지 사업이 잘될때는 별트러블이 없었지만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고 가계가 기울면서 큰트러블이 생겼습니다.
 

그때가 벌써 20년도 지난 얘기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였지요.
 

부도난 상태로 사기도 당하고 더이상 버틸수 없게 되었을때 저희 가족은 아버지만 지방에 돈벌러가시고 엄마와 오빠와 저는 외할머니댁으로 들어가 살게되었습니다.
 

돈을 잘벌던 아버지와 화려하고 씀씀이가 큰 엄마덕에 가지고 싶은건 다 가지고 살던 저희 가족은 그때부터 꼬였습니다.
 

친오빠는 소식이 끊겼다가도 돈이 필요하면 저한테 연락을 해왔습니다. 아버지는 지방에 혼자 돈벌고 계실때 엄마는 외할머니집에 저희남매랑 같이 살고있긴했지만 별로 울타리가 되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잘살던때의 행동그대로 하시니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형편이 나아지기는 커녕 부모님은 이혼까지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엄마가 미웠습니다. 제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엄마를 더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만 고생하시는것 같고 씀씀이가 헤픈 엄마때문에 우리집이 이지경까지 된것같았습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제힘으로 대학까지 알바를 해가며 졸업을 하고 서울에 직장을 구해 도망나오듯이 독립했습니다. 그무렵 오빠도 독립을 하고 4가족이 흩어져 따로 살았죠.
 

명절이 되어도 별로 고향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2년에 한번정도 내려갔었습니다.
 

그렇게 드문드문 소식을 전하며살던 우리가족에게 작년 제 결혼은 큰행사였고 계기가 되어 엄마아빠도 여전히 따로 사시기는 하지만 저를 통하지 않아도 제 결혼문제로 상의도 하시는것같고 그럭저럭 지내게 되었습니다.
 

화려했던 엄마가 초라하게 늙어가는 모습도 안쓰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 제가 그냥 마음아픈데까지 입니다. 노후준비 안돼있는 엄마를 책임지기는 싫습니다.  명절이나 생신때 용돈드리는 것 하고는 다릅니다.
 

요즘 노후준비가 안돼있는 엄마때문에 걱정입니다. 지금은 외할아버지랑 엄마랑 두분이 생활하십니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생활비를 주시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찌해야하는지 걱정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너무 이기적인건지 아닌지 햇갈리고 어렵습니다. 못되고 독한애같기도 합니다.
 

엄마는 제가 맞벌이는 꼭 해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정작 당신능력은 안키우면서 저한테는 꼭 저러십니다. 그말이 저는 곱게 안들립니다.
 

그러면서 이제 제가 곧 애기 낳으면 애기키워주러 서울에 올라오시겠답니다. 만약 그렇게 올라오시면 저혼자 힘으로 애기 볼수있을때 까지만 봐달라고 하고 엄마보고 다시 고향으로 가라고 해야합니까?
 

그렇게 사춘기때 힘든과정 겪으면서 저혼자 독하게 공부하고 시집잘가서사는 저를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부러워 하시는것 같습니다.
 

며칠전 아버지께 엄마노후걱정된다고 얘기 하면서 다시 합칠생각 없냐고 슬쩍 얘기 했을땐 엄마를 부양하기는 싫다십니다. 확고 하십니다. 집이 어려워 졌을때 같이 고생해서 집을 일으켰어야하는데 가족을 위한 희생을 안했다고 생각하시는것 같습니다.
 

엄마는 저한테 바라는것 없다고 제 직장이 육아때문에 그만두는건 아깝다고 사회생활 계속 하라고 산후조리도 해주고 애기봐주러 올라오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하나요... 엄마는 노후대책으로 손자봐준다는 핑계로 저 발목잡히는것 같고 이렇게 생각하는 저는 너무 나쁜딸같고 그런데 막상 대책없는 엄마를 보면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그냥 제가 다 안아야 하나요...
 

신랑도 저랑 생각이 비슷한것 같습니다. 애기봐주시면 고맙지만 계속 같이 사는건 표현은 안하는데 불편해하는거 같애요.